- 새의 카탈로그 Catalogue d'oiseaux
드뷔시 이후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이 새의 울음소리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. 신앙심이 두터웠던 메시앙이 생각하는 새소리는 신의 목소리이기도 하고, 신이 만든 자연의 상징이기도 하며, 그 자신의 신을 찬미하는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. 메시앙은 새소리에서 선율 뿐 아니라 리듬, 음색, 대위법적 요소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. 그의 저서 <나의 음악어법>에 의하면, 스승인 폴 뒤카스가 "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라. 그들은 거장이다."라고 말한데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. 당시 그는 15살이었고 파리음악원에서 본격적으로 작곡공부를 하던 중이었다. 이때부터 메시앙은 본격적으로 새소리를 채보하기 시작했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숲속을 돌아다녔다. 그는 며칠씩 숲속에서 밤을 지새며 새벽의 새소리를 채집하여 자신의 음악에 용해시켰다. <새의 카달로그>는 1956년 10월에 시작하여 1958년 9월 1일에 완성했다. 메시앙은 새소리를 채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여행을 했으며 어떠한 새의 소리도 정확하게 기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. 이 곡은 피아니스트 '이본 로리오'와 '작품의 모델이 된 새'에게 헌정되었으며,1959년 4월 파리에서 로리오 여사에 의하여 초연되었다.
메시앙의 새에 대한 관심은 자연의 계시를 받은 3살 때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. <아기예수>이후 말년에 이르기까지 집중하고 있는 메시앙의 새에 대한 의미는 단순한 동물의 차원을 넘어선 그의 신앙관, 음악철학과도 통한다고 여겨진다. 동양에서 신(神)을 상징하는 새 - (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
수 있는 삼족오 같은) -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.
"새소리를 모델로 삼은 건 나 자신의 내부, 즉 인간으로서의 나의 내부에 확신이 없다는 느낌 속에서 였다......(중략)......자유의 상징인 새로부터 최고의 자
를
멜로디와 리듬에서 발견했다." -O.메시앙
그의 열성적인 작업은 고령에 이르도록 계속되었다. 그리하여 '새소리 사냥꾼'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. 그는 새들의 서식처나 연령별,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구체적인 음원과 악보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방대한 조류학적인 데이터까지 남기게 되었다. 올리비에 메시앙의 새 소리와 자연을 그린 작품으로는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<검은 티티새>(1951)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<새의 눈뜸>(1952), 피아노, 2개의 클라리넷, 타악기, 관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<이국의 새들>(1955~1956), 피아노 독주를 위한 거대한 모음곡 <새의 카탈로그>(1956~1958) 등이 있다. |